아내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첫 째 아이 때도 똑같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아내를 보는 마음이 무덤덤한 것 같으면서 너무나도 안스럽게 보인다.
어느날 아내가 웃으면서 둘 째 아이를 갖겠다고 했던 모습이 이제와 너무 천진난만했던 것 같이 느껴진다.
저렇게 아픈데... 알고서 둘 째를 낳겠다고 말한 건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며 마음이 계속 저며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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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이 잦아든다.
진통이 올때면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까지 힘이 들어가 뻣뻣해진다.
진통이 계속되니 진통이 없을 때에도 힘이 들어가 뻣뻣해진 관절들은 풀어지지 않는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 관절 마디마디 마다 무리가 갔을 것이다. 둘 째 녀석을 기다리는 내내 아내의 손목과 손가락 마디마디를 풀어주려고 계속 주물러 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의 진통 끝에 정말 힘들게 둘 째 녀석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두 번째 열매!
첫 째는 임신 중에 자두가 너무 좋아 태명이 자두였고, 둘 째 때는 딸기가 정말 많이 먹어서 태명이 딸기였다.
첫번째 열매인 자두와 두번째 열매인 딸기 모두 건강하다. 행복하다.
힘들게 둘 째를 출산한 아내가 정말 대견하게 보인다. 그리고 첫 째 만큼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이 조금 미안해 졌다.
엄마의 고통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된 둘 째 녀석은 첫 째 아이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이 생겼다.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크기와 몸무게!!
첫 째 아이는 머리가 크고 몸무게가 가벼웠는데, 둘 째는 머리가 작고 몸무게가 무겁게 세상에 나왔다.
우리 가족이 4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첫 째 아이를 출산할 때보다 더 애틋하고 맘이 찡하다. 아내가 정말 크게 보이던 날이었다.
둘 째 아이는 김포에 있는 서울여성병원에서 출산했다. 간호사분들, 의사선생님 모두들 정말 정말 친절하다. 장모님께서 아기에게 좋은 출생시를 보시고 알려주셨다. 분만 중에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분들께 아기가 너무 일찍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시간도 맞춰주시고, 진통 중에 경력 많으신 간호사분이 계속 자리를 비우지 않고 붙어계시면서 주물러주시고 "그래요, 많이 아프지요?" 하면서 계속 말도 붙여주시고 정말 정말 친절했다.
첫 째 아이를 출산했던 발산동의 미즈메디에 비하면 이 서울여성병원은 개인 주치의에 개인전용 분만실을 임대해 놓고 쓰는 것 같았다.
퇴원하는 날까지 모든 분들이 친절했고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까지도 고생했다며 아기 이쁘게 키우라고 인사를 하신다.
들어가는 날부터 나오는 날까지 너무 친절하고 잘해주셔서 3일간 얼굴을 본 사람들이지만, 오래동안 알고 지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산모 식사도 괜찮고 미역국도 일반 국그릇이 아닌 대접에 한 대접 푸짐하게 나온다. 건물만 오래된 것 빼고는 모든 퀄리티가 미즈메디 보다 나은것 같았다.
아무튼 아내가 이 동네 산모들에게 추천 받아서 선택한 병원인데 아주 만족스러운것 같다.